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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 없는 직장 문화? 운에 맡길 순 없다
来源:3377TV人气:276更新:2024-11-11 15:30:02
[문화로 읽는 노동] 영화 <새벽의 모든> (미야케 쇼, 2024)영화는 PMS 혹은 월경불쾌장애로 인해 정서 조절이 잘되지 않는 '후지사와'와 공황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는 '야마조에'가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둘은 각자 질환 때문에 기존의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에 어려운 상황으로 조금 더 한적한 직장인 아동용 과학 키트를 만드는 작은 회사 '쿠리타 과학'으로 이직하게 되었다.
한 명은 생리가 다가오면 주변의 거슬리는 사람에게 화를 주체하기 어려워지고, 또 한 명은 지하철, 음식점 등 사람이 복작복작한 공간에 머무를 수 없다. 이 둘은 함께 체험 행사를 기획하게 되면서, 각자의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원래 혼자 버티던 삶을 서로 도와준다.
직장 동료들도 각 주인공의 주변에서 공전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 지켜봐 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 All the Long Nights >. 그 긴긴밤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그 새벽을 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지켜봐 주면서 잘 버텨 가자는 따듯한 마음을 담고 있다.
직장 내 정신적인 고통은 왜 늘어날까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 (주)디오시네마
다만, 대부분의 절망적인 감정 상태나 정신 질환이라고 일컬어지는 장애들은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기인하거나 악화한다. 그리고 그 환경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여기까지 질문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점점 직장 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어떤 직무환경이 직장 내 괴롭힘을, 업무로 인한 압박을, 혹은 일에 대한 과한 집착을 초래하는가.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 사회가 사람을 점점 우울하고, 불안하고 지치게 만드는 걸까.
영화 내에서 묘사하고 있는 '쿠리타 과학' 회사를 살펴보면 좋은 환경이란 무엇인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업무를 시작할 때 직장 상사들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대사를 내뱉고, 주인공인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각자의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 휴식을 취하거나, 병가를 쉽게 낸다. 업무가 끝난 후 회식이 있더라도, 당일 피곤하거나 일정이 있는 경우 아무렇지 않게 회식에 불참한다. 강압적이지 않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환경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겠다.
심리사회적 안전 풍토(psychosocial safety climate, PSC)라는 개념이 있다. 2010년 Maurren F. Dollard와 Arnold B. Bakker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직장내 심리사회적 위험에 대한 안전 풍토에 대한 이론이다. 안전 풍토란 안전이 조직의 다른 가치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안전 풍토가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과도 관련이 높다는 것이다.
직원의 심리적 건강이 생산과 동일한 우선순위일 때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심리사회적 안전풍토는 4개의 구성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영진의 지원 및 헌신, 경영진의 우선순위, 조직 내 의사소통, 조직적인 참여. 높은 PSC 환경의 경영진은 직무 스트레스의 예방 및 직원들의 심리적 건강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소통 체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주는 작업 환경을 찾아내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고,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스트레스 예방을 위해 참여하게 된다. 심리적 건강이 생산 목표와 적어도 동일하게 우선 순위에 놓이게 된다.
직장 내에서 과도한 직무 요구(업무량, 업무 압력, 직장내 갈등, 일-가정 양립)가 점진적인 에너지 고갈(소진)을 가져오고, 건강 문제와 우울, 이직 의도 등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건강 손상 과정(Health impairment process)으로 갈 수도 있다. 충분한 직무자원(직장 동료, 상사에의 지지, 직무 통제력, 적절한 보상 및 조직 정의)이 업무에 대한 몰입과 직무열의를 불러일으키고, 높은 업무성과와 직무만족, 삶의 만족 등의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동기적 과정(Motivational process)으로 갈 수도 있다.
심리사회적 안전풍토가 자리잡히면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직무 요구가 줄어들고 직무자원이 구축된다. 또한 안전한 PSC는 직무 요구로 인한 번아웃,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 등 심리적 건강에 대한 영향을 줄이고, 풍부한 직무 자원이 몰입, 직무만족, 업무 생산성 등 직업적 건강을 높인다.
따듯한 직장 동료를 만나는 운을 기다리는 대신
실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대부분 경영진의 우선순위가 생산성이나 이익에 초점이 맞춰 있는 곳에서는 업무 요구량이 높고, 특히 자원이 제한된 환경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경영진이 관심을 생산성에서 노동자의 웰빙이나 안전으로 전환하는 경우, 과도한 업무량이 줄어들고 건강이 보호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업무 생산성 또한 노동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를 맞추는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안전한 PSC에서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자원뿐만 아니라 격려를 받고, 기회를 제공받음으로써 자원을 활용하는 데 조직적 개인적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작업장 내 괴롭힘 및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 안전한 PSC 아래의 노동자들은 해답을 찾을 기회가 주어지나,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보고조차 어려운 소통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또한 업무 압력이나, 과도한 업무 요구량, 직장내 괴롭힘 등의 위험 요인들이 나타날 때, PSC가 안전 신호(safety signal)로서 작동하여 사회심리학적 위험요인의 건강, 안전, 생산성에 대한 효과를 조절한다.
정신건강의 경우 개인적인 민감성이나 성격이 특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떠한 직장 문화와 안전 풍토 속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심리적 건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 안전한 직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운 좋게 따듯한 개인을 만나는 것보다 현실적이며 근원적인 방법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
한 명은 생리가 다가오면 주변의 거슬리는 사람에게 화를 주체하기 어려워지고, 또 한 명은 지하철, 음식점 등 사람이 복작복작한 공간에 머무를 수 없다. 이 둘은 함께 체험 행사를 기획하게 되면서, 각자의 상태가 어떤 상황인지 공부하고 알아가면서 원래 혼자 버티던 삶을 서로 도와준다.
직장 동료들도 각 주인공의 주변에서 공전하며 잘 지내고 있는지 지켜봐 준다. 영화의 영어 제목은 < All the Long Nights >. 그 긴긴밤을 견디면서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해가 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한다. 그 새벽을 보기 위해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다. 영화는 그 과정을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지켜봐 주면서 잘 버텨 가자는 따듯한 마음을 담고 있다.
직장 내 정신적인 고통은 왜 늘어날까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 (주)디오시네마
다만, 대부분의 절망적인 감정 상태나 정신 질환이라고 일컬어지는 장애들은 외부의 환경으로 인해 기인하거나 악화한다. 그리고 그 환경이 일시적이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그 환경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여기까지 질문이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점점 직장 내 정신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날까. 어떤 직무환경이 직장 내 괴롭힘을, 업무로 인한 압박을, 혹은 일에 대한 과한 집착을 초래하는가. 어떤 가치관을 추구하는 사회가 사람을 점점 우울하고, 불안하고 지치게 만드는 걸까.
영화 내에서 묘사하고 있는 '쿠리타 과학' 회사를 살펴보면 좋은 환경이란 무엇인가 짐작해 볼 수 있다. 업무를 시작할 때 직장 상사들은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는 대사를 내뱉고, 주인공인 후지사와와 야마조에는 각자의 증상으로 힘들어할 때, 휴식을 취하거나, 병가를 쉽게 낸다. 업무가 끝난 후 회식이 있더라도, 당일 피곤하거나 일정이 있는 경우 아무렇지 않게 회식에 불참한다. 강압적이지 않고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시간에 쫓기지 않는 여유로운 환경이라는 점을 주목해 볼 수 있겠다.
심리사회적 안전 풍토(psychosocial safety climate, PSC)라는 개념이 있다. 2010년 Maurren F. Dollard와 Arnold B. Bakker에 의해 고안된 개념으로 직장내 심리사회적 위험에 대한 안전 풍토에 대한 이론이다. 안전 풍토란 안전이 조직의 다른 가치들과 비교하여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고, 경영진과 관리자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중요성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으로 드러내고 있는지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집합적인 인식을 의미한다. 이러한 안전 풍토가 물리적 안전뿐 아니라 심리적 건강과도 관련이 높다는 것이다.
직원의 심리적 건강이 생산과 동일한 우선순위일 때
▲ 영화 <새벽의 모든> 스틸컷ⓒ (주)디오시네마
심리사회적 안전풍토는 4개의 구성개념으로 이루어져 있다. 경영진의 지원 및 헌신, 경영진의 우선순위, 조직 내 의사소통, 조직적인 참여. 높은 PSC 환경의 경영진은 직무 스트레스의 예방 및 직원들의 심리적 건강 증진을 위해 헌신하고, 소통 체계를 통해 스트레스를 주는 작업 환경을 찾아내어,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도록 하고, 조직 내 모든 구성원이스트레스 예방을 위해 참여하게 된다. 심리적 건강이 생산 목표와 적어도 동일하게 우선 순위에 놓이게 된다.
직장 내에서 과도한 직무 요구(업무량, 업무 압력, 직장내 갈등, 일-가정 양립)가 점진적인 에너지 고갈(소진)을 가져오고, 건강 문제와 우울, 이직 의도 등의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건강 손상 과정(Health impairment process)으로 갈 수도 있다. 충분한 직무자원(직장 동료, 상사에의 지지, 직무 통제력, 적절한 보상 및 조직 정의)이 업무에 대한 몰입과 직무열의를 불러일으키고, 높은 업무성과와 직무만족, 삶의 만족 등의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동기적 과정(Motivational process)으로 갈 수도 있다.
심리사회적 안전풍토가 자리잡히면 심리적 건강에 영향을 주는 직무 요구가 줄어들고 직무자원이 구축된다. 또한 안전한 PSC는 직무 요구로 인한 번아웃, 심리적 스트레스, 우울 등 심리적 건강에 대한 영향을 줄이고, 풍부한 직무 자원이 몰입, 직무만족, 업무 생산성 등 직업적 건강을 높인다.
따듯한 직장 동료를 만나는 운을 기다리는 대신
실제 사업장을 분석한 결과를 보더라도 대부분 경영진의 우선순위가 생산성이나 이익에 초점이 맞춰 있는 곳에서는 업무 요구량이 높고, 특히 자원이 제한된 환경은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경영진이 관심을 생산성에서 노동자의 웰빙이나 안전으로 전환하는 경우, 과도한 업무량이 줄어들고 건강이 보호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업무 생산성 또한 노동자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조직이나 개인의 목표를 맞추는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안전한 PSC에서는 노동자들이 충분한 자원뿐만 아니라 격려를 받고, 기회를 제공받음으로써 자원을 활용하는 데 조직적 개인적 성장을 도모하게 된다.
작업장 내 괴롭힘 및 폭력에 노출되는 경우, 안전한 PSC 아래의 노동자들은 해답을 찾을 기회가 주어지나,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는 보고조차 어려운 소통 불가능한 환경이었다. 또한 업무 압력이나, 과도한 업무 요구량, 직장내 괴롭힘 등의 위험 요인들이 나타날 때, PSC가 안전 신호(safety signal)로서 작동하여 사회심리학적 위험요인의 건강, 안전, 생산성에 대한 효과를 조절한다.
정신건강의 경우 개인적인 민감성이나 성격이 특히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어떠한 직장 문화와 안전 풍토 속에 놓여있느냐에 따라 구성원들의 심리적 건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더 안전한 직장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운 좋게 따듯한 개인을 만나는 것보다 현실적이며 근원적인 방법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11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유형섭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