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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로 산 아파트, 들어갈 수 없는 여자의 속사정
来源:3377TV人气:369更新:2024-05-17 18:01:12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17] 큐레이션 07 도시에서 산다는 것, <집 보러 왔습니다> ▲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여기가 우리 아파트 단지야. 저기가 우리 동."
동네 친구들에게 집을 소개하고 돌아서는 선옥(김자영 분)의 등 뒤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네에서는 꽤 알아주는 아파트 단지의 그 집이 자가는 맞는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세를 줬다는 말이다. 무표정하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가 다음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은 오래된 주택이다. 방금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했던 그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지척의 낮은 구옥. 친구들의 말대로 선옥의 가족은 대출금 문제로 자신들의 좋은 집을 세입자에게 내어주고 지금의 집에서 또 다른 세를 얻어 살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는 자가 아파트 마련에 대한 꿈은 이뤘으나 무리한 대출로 인해 정작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하우스푸어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은 정작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자신이 살기 위한 집을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려진다. 심지어 그 공간이 평생의 노력을 담보로 겨우 건져낸 일생의 유일한 산물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한 모습이 된다.
02.
이 작품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선옥에게 아파트는 평생을 때밀이로 살아온 여자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자랑을 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평생이 깃들어 있는 자부심 혹은 자존심에 해당한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공간을 타인에게 내주었다는 사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혹한 현실과 별개로, 커다란 상처와도 같다.
아파트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대출금을 빨리 갚고 직접 들어가 살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이유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현실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남편의 퇴직금은 벌써 가져다 아파트를 사는데 썼고,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을 받으며 목줄을 조여 온다. 아파트를 살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문제다. TV나 신문에서도 앞으로 부동산 전망이 침체될 것이라는 소식만 들려오니 남편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집을 팔고 싶어 하는 눈치다.
외부적 상황과 충돌하기 이전에 설명되는 아파트에 대한 선옥의 특별한 감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이후 사건들의 바탕이자 배경이 된다. 그런 욕망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기로 했을 때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은 그녀를 분노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내려놓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3.
그런 선옥이 집을 팔겠다는 큰 각오를 한 후에 마주하게 되는 외부적 상황은 두 가지다. 현재 실질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자현(박혜영 분)의 권리와 딸 민경(채우영 분)의 제안이다. 먼저 세입자인 자현은 얼마 남지 않은 계약을 마무리하고 집을 비워줬으면 좋겠다는 집주인 선옥의 말에 가능하면 연장해서 더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가능하다면 세입자의 전세 여장을 보장하기 위해 있다는 갱신권까지 써서라도 쉽게 나가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실제로 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도 받지 않고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경우 유일한 방법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엄마, 나도 똑같은 엄마 자식이야. 해도 해도 너무하다."
딸 민경은 그 틈을 파고든다. 6년째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그 아파트에 자신들이 들어가서 살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 오빠가 결혼할 때 서울 전셋집을 해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집을 줬으면 하는 눈치다. 선옥은 역시 세금 같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귀찮은 일이 많다며 거절의 뜻을 밝힌다. 이번에도 역시 딸에게조차 선뜻 내어주지 못하는 아파트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강하게 전달된다. 그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는 '자신의 아파트'를 향한 선옥의 욕망과 집착이 엿보인다.
각자의 입장이 모두 다르지만, 문제는 결국 하나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있어 쉽게 집을 비워주기 어려운 입장의 세입자 자현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집을 구할 수 없는 딸 민경도. 평생 흘린 피땀의 결정체에 해당하는 자신의 집을 매일 밤 창문 너머로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선옥도 모두가 자신의 몸을 누일 자리 하나를 구하지 못해 이 난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전세를 주고 나와 사는 것만으로도 뒤통수가 따가워질 정도로 험담을 들어야 했다. 나이가 더 들어 때밀이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되고 난 후에도 자신의 집 하나 없으면 그때는 어떤 소리를 듣고 살게 될지도 두려울 법하다.
▲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4.
영화에는 집주인인 선옥이 연락도 없이 자신의 집을 찾아가 세입자인 자현을 불러내는 장면이 몇 차례 그려진다. 이때 카메라는 문을 열어주는 자현의 쪽이 아니라 현관문을 마주하고 서 있는 선옥의 쪽을 내내 비추고 있다.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없는 척까지 하는 자현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과 난감함의 일부가 전달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했다는 선옥의 당당함과 떳떳함이 프래임을 더 가득 채운다. 자신의 집이면서도 자신의 집이 아닌 그 문 앞에 섰을 때, 문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마치 절대자의 모습을 한다. 대출금으로 쌓아 올린 집 하나 때문에.
감독이 설계한 마지막 장면에는 그래서 더 전위(轉位)적인 측면이 있다. 자신의 유일했던 공간을 잃어버린 선옥의 집, 그녀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낮고 오래된 주택의 문을 두드리는 낯선 이들의 방문이다. 이제 카메라는 문 바깥의 인물을 향하지 않고 집안에 머무는 그녀와 가족들의 모습을 비춘다. 언젠가 들어봤던 너무나도 익숙한 어조와 태도, 그리고 대사다. 지금 당장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것은 그때의 자현이나 지금의 선옥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이야기는 누구의 웃음도 허락하지 않은 채 끝난다. 어쩌면 현실과 가장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또 누가 현관문 뒤에 서서 아무도 없는 척 숨을 죽인 채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광고지 속으로 보이는 화려하고 멋진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오늘은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운영 중인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는 2024년 2월 15일(목)부터 총 18개의 큐레이션을 통해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선정작 92편(장편 22편, 단편 70편)을 소개/상영할 예정입니다. 일곱 번째 큐레이션인 '도시에서 산다는 것'는 5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보름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
* 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01.
"여기가 우리 아파트 단지야. 저기가 우리 동."
동네 친구들에게 집을 소개하고 돌아서는 선옥(김자영 분)의 등 뒤로 수군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동네에서는 꽤 알아주는 아파트 단지의 그 집이 자가는 맞는데 대출금을 감당하지 못해 세를 줬다는 말이다. 무표정하게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서는 그녀가 다음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공간은 오래된 주택이다. 방금 자신의 집이라고 소개했던 그 아파트가 올려다 보이는 지척의 낮은 구옥. 친구들의 말대로 선옥의 가족은 대출금 문제로 자신들의 좋은 집을 세입자에게 내어주고 지금의 집에서 또 다른 세를 얻어 살고 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는 자가 아파트 마련에 대한 꿈은 이뤘으나 무리한 대출로 인해 정작 자신의 집에 들어가 살지 못하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일종의 하우스푸어다. 자신의 명의로 된 집은 정작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고, 자신이 살기 위한 집을 또 다른 사람으로부터 빌려야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그려진다. 심지어 그 공간이 평생의 노력을 담보로 겨우 건져낸 일생의 유일한 산물이라면 이 문제는 더욱 첨예한 모습이 된다.
02.
이 작품에서 아파트는 단순히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선옥에게 아파트는 평생을 때밀이로 살아온 여자가 지금 자신이 살고 있는 것처럼 가장하여 자랑을 할 정도로 가치 있는 것이다. 자신의 평생이 깃들어 있는 자부심 혹은 자존심에 해당한다. 그런 인물이 자신의 전부와도 같은 공간을 타인에게 내주었다는 사실은, 그럴 수밖에 없었던 가혹한 현실과 별개로, 커다란 상처와도 같다.
아파트 이야기만 나오면 예민한 반응을 보이며 대출금을 빨리 갚고 직접 들어가 살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변하는 이유다. 물론 이번에도 역시 현실적인 문제는 존재한다. 남편의 퇴직금은 벌써 가져다 아파트를 사는데 썼고, 회사에서는 희망퇴직을 받으며 목줄을 조여 온다. 아파트를 살 때와 마찬가지로 돈이 문제다. TV나 신문에서도 앞으로 부동산 전망이 침체될 것이라는 소식만 들려오니 남편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집을 팔고 싶어 하는 눈치다.
외부적 상황과 충돌하기 이전에 설명되는 아파트에 대한 선옥의 특별한 감정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은 이후 사건들의 바탕이자 배경이 된다. 그런 욕망에도 불구하고 집을 팔기로 했을 때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은 그녀를 분노하고 절망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쩌면 이 영화는 자신이 이렇게까지 내려놓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통하지 않을 때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3.
그런 선옥이 집을 팔겠다는 큰 각오를 한 후에 마주하게 되는 외부적 상황은 두 가지다. 현재 실질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세입자 자현(박혜영 분)의 권리와 딸 민경(채우영 분)의 제안이다. 먼저 세입자인 자현은 얼마 남지 않은 계약을 마무리하고 집을 비워줬으면 좋겠다는 집주인 선옥의 말에 가능하면 연장해서 더 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친다. 가능하다면 세입자의 전세 여장을 보장하기 위해 있다는 갱신권까지 써서라도 쉽게 나가고 싶지는 않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다. 실제로 부동산에서 집을 보고 싶다고 연락을 해도 받지 않고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이 경우 유일한 방법은 집주인이 실거주를 목적으로 돌아오는 것뿐이다.
"엄마, 나도 똑같은 엄마 자식이야. 해도 해도 너무하다."
딸 민경은 그 틈을 파고든다. 6년째 만난 남자친구와 결혼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그 아파트에 자신들이 들어가서 살면 안 되겠냐고 묻는다. 오빠가 결혼할 때 서울 전셋집을 해줬던 것처럼 자신에게도 집을 줬으면 하는 눈치다. 선옥은 역시 세금 같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귀찮은 일이 많다며 거절의 뜻을 밝힌다. 이번에도 역시 딸에게조차 선뜻 내어주지 못하는 아파트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 강하게 전달된다. 그 외에도 영화 곳곳에서는 '자신의 아파트'를 향한 선옥의 욕망과 집착이 엿보인다.
각자의 입장이 모두 다르지만, 문제는 결국 하나다. 아직 어린 딸을 두고 있어 쉽게 집을 비워주기 어려운 입장의 세입자 자현도,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결코 집을 구할 수 없는 딸 민경도. 평생 흘린 피땀의 결정체에 해당하는 자신의 집을 매일 밤 창문 너머로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처지의 선옥도 모두가 자신의 몸을 누일 자리 하나를 구하지 못해 이 난리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대출금을 갚지 못해 전세를 주고 나와 사는 것만으로도 뒤통수가 따가워질 정도로 험담을 들어야 했다. 나이가 더 들어 때밀이 일조차 하지 못하게 되고 난 후에도 자신의 집 하나 없으면 그때는 어떤 소리를 듣고 살게 될지도 두려울 법하다.
▲ 영화 <집 보러 왔습니다> 스틸컷ⓒ 인디그라운드
04.
영화에는 집주인인 선옥이 연락도 없이 자신의 집을 찾아가 세입자인 자현을 불러내는 장면이 몇 차례 그려진다. 이때 카메라는 문을 열어주는 자현의 쪽이 아니라 현관문을 마주하고 서 있는 선옥의 쪽을 내내 비추고 있다. 쉽게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심지어는 없는 척까지 하는 자현의 모습을 통해 두려움과 난감함의 일부가 전달되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아파트를 방문했다는 선옥의 당당함과 떳떳함이 프래임을 더 가득 채운다. 자신의 집이면서도 자신의 집이 아닌 그 문 앞에 섰을 때, 문을 통과해 집으로 들어섰을 때 그녀는 마치 절대자의 모습을 한다. 대출금으로 쌓아 올린 집 하나 때문에.
감독이 설계한 마지막 장면에는 그래서 더 전위(轉位)적인 측면이 있다. 자신의 유일했던 공간을 잃어버린 선옥의 집, 그녀가 세 들어 살고 있는 낮고 오래된 주택의 문을 두드리는 낯선 이들의 방문이다. 이제 카메라는 문 바깥의 인물을 향하지 않고 집안에 머무는 그녀와 가족들의 모습을 비춘다. 언젠가 들어봤던 너무나도 익숙한 어조와 태도, 그리고 대사다. 지금 당장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것은 그때의 자현이나 지금의 선옥이나 다를 것이 없다.
이야기는 누구의 웃음도 허락하지 않은 채 끝난다. 어쩌면 현실과 가장 가까운 선택일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또 누가 현관문 뒤에 서서 아무도 없는 척 숨을 죽인 채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 광고지 속으로 보이는 화려하고 멋진 아파트 단지의 모습이 오늘은 더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덧붙이는 글 |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설립하고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운영 중인 인디그라운드(Indieground)는 2024년 2월 15일(목)부터 총 18개의 큐레이션을 통해 ‘2023 독립영화 라이브러리’ 선정작 92편(장편 22편, 단편 70편)을 소개/상영할 예정입니다. 일곱 번째 큐레이션인 '도시에서 산다는 것'는 5월 16일부터 5월 30일까지 보름간 인디그라운드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 후 무료로 시청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