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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 감독 "세월호, 무겁지만 다루고 싶던 이야기"
来源:3377TV人气:225更新:2024-05-04 14:55:19
전주국제영화제 특별전서 상영…'녹두꽃' 연출한 신경수 감독 첫 영화
"일방적인 슬픔 묘사 벗어나려고 고민…영화제 레드카펫은 일부러 안 서"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세월호 참사 10년. 그동안 수없이 많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지만 쉽지 않은 주제인 탓인지 극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부부를 그린 '목화솜 피는 날'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도 처음 영화 제작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한 번쯤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던 만큼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소방서 옆 경찰서' 등 드라마를 연출한 신 감독은 '어떻게 세월호 관련 영화를 찍게 됐냐'는 질문에 10년 전 4월 16일을 떠올렸다.
그는 "드라마 '쓰리 데이즈' 13회 방송을 하는 날이었다. 택시를 타고 음악감독 작업실에서 방송국이 위치한 목동으로 넘어가는데 뉴스가 나왔다"며 "결방이 결정됐던 오후 9시 전까지 내내 드라마 생각만 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체 내가 어제 하루 뭘 한 걸까'하는 자책감이 밀려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후 고 김관홍 잠수사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읽었고, 그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제 생각을 알고는 먼저 제작사에서 연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딸 경은을 잃은 병호(박원상 분)는 점차 기억을 잃어 간다. 딸들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명확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밤마다 세월호 선체로 들어가 녹이 슨 차가운 바닥에 누워 딸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것뿐이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낸다. 세월호 유류품을 청소하던 날, 유류품이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경찰을 향해 "증거품 빼돌리는 거지?"하며 주먹질까지 한다.
신 감독은 "세월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지겹다'라거나 '슬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다'고들 이야기할 것 같았다"며 "이런 평가를 피해 가기 위해선 인물의 심연을 총체적으로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가족들의 일방적인 슬픔을 그려내기보단 갈등까지 모두 그려냈다"고 말했다.
경은이 엄마 수현 역은 우미화 배우가 연기했다. 최덕문, 조희봉 배우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인물들도 영화를 채웠다.
신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배우들 대부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며 "촬영할 때도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감정을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모두 준비를 잘 해왔다. 스태프들도 한 마음 한뜻으로 준비해서 촬영 현장이 정말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극본은 연극 '말뫼의 눈물', '금성여인숙' 등의 구두리 작가가 썼다. 구 작가가 오랜 시간 세월호 자원봉사활동 등을 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풀어냈다.
신경수 감독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16참사가족협의회는 공동 제작 주체로 참여했고, 가족 극단 '노란리본'으로 활동하는 유가족 어머니들이 마을주민 등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지난해 늦여름 1차 편집본을 처음 본 가족들은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흐느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지난 2일에 유가족 몇 분이 전주에 와서 영화를 함께 봤는데, '지난해엔 무얼 봤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영화가 보이더라. 너무 잘 봤다,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며 "이젠 가족분들이 영화를 받아들이실 준비가 조금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맺음자막은 극을 이끌어갔던 배우들이 아닌 딸 경은(박서연 분)과 남학생1(이재학 분), 남학생2(한승혁 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간다.
신 감독은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병호이지만 병호나 수현, 경은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지난 10년을 영화가 다 담을 수 없겠지만 세월호라는 소재는 유가족과 활동가들, 진도 주민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모두가 이 사건의 관계자이기 때문에 모두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제목인 목화솜은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꼬투리가 터지면서 그려내는 솜털이다. 열매이지만 너무 고와서 두 번째 꽃이라고 불린다.
신 감독은 "굳이 세월호 참사가 아닐지라도 비극적인 사건들로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그들이 다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배급부터 흥행, 시사회 등까지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첫 영화다 보니 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을 설까 했는데, 포토월에 서서 환하게 웃는 게 과연 이 영화와 맞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들어 행사에 참여하질 않았다"며 "자기 검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회적 참사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여러 가지가 조심스럽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촬영해 영화에 담았는데 인양을 위해서 여기저기 뚫어놓은 구멍을 메운 모습을 보면 유가족들의 마음이 누더기가 됐겠구나, 이게 가족분들의 마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며 "가능한 많은 분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warm@yna.co.kr
"일방적인 슬픔 묘사 벗어나려고 고민…영화제 레드카펫은 일부러 안 서"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 감독
[촬영 나보배]
(전주=연합뉴스) 나보배 기자 = 세월호 참사 10년. 그동안 수없이 많은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졌지만 쉽지 않은 주제인 탓인지 극영화는 손에 꼽을 만큼 적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부부를 그린 '목화솜 피는 날'을 연출한 신경수 감독도 처음 영화 제작 제안을 받았을 때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한 번쯤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었던 만큼 제안을 받아들였다. 오는 22일 개봉을 앞두고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먼저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육룡이 나르샤', '녹두꽃', '소방서 옆 경찰서' 등 드라마를 연출한 신 감독은 '어떻게 세월호 관련 영화를 찍게 됐냐'는 질문에 10년 전 4월 16일을 떠올렸다.
그는 "드라마 '쓰리 데이즈' 13회 방송을 하는 날이었다. 택시를 타고 음악감독 작업실에서 방송국이 위치한 목동으로 넘어가는데 뉴스가 나왔다"며 "결방이 결정됐던 오후 9시 전까지 내내 드라마 생각만 하다가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대체 내가 어제 하루 뭘 한 걸까'하는 자책감이 밀려왔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이후 고 김관홍 잠수사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를 읽었고, 그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이런 제 생각을 알고는 먼저 제작사에서 연출 제안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딸 경은을 잃은 병호(박원상 분)는 점차 기억을 잃어 간다. 딸들에게 한없이 다정했던 아빠의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다.
명확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밤마다 세월호 선체로 들어가 녹이 슨 차가운 바닥에 누워 딸의 이름을 부르며 우는 것뿐이다.
동시에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화를 낸다. 세월호 유류품을 청소하던 날, 유류품이 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는 경찰을 향해 "증거품 빼돌리는 거지?"하며 주먹질까지 한다.
신 감독은 "세월호를 소재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면 '지겹다'라거나 '슬픈 이야기는 보고 싶지 않다'고들 이야기할 것 같았다"며 "이런 평가를 피해 가기 위해선 인물의 심연을 총체적으로 그려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유가족들의 일방적인 슬픔을 그려내기보단 갈등까지 모두 그려냈다"고 말했다.
경은이 엄마 수현 역은 우미화 배우가 연기했다. 최덕문, 조희봉 배우 등 관객들에게 익숙한 인물들도 영화를 채웠다.
신 감독은 "배우들을 캐스팅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배우들 대부분 '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며 "촬영할 때도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감정을 잡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배우들이 모두 준비를 잘 해왔다. 스태프들도 한 마음 한뜻으로 준비해서 촬영 현장이 정말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극본은 연극 '말뫼의 눈물', '금성여인숙' 등의 구두리 작가가 썼다. 구 작가가 오랜 시간 세월호 자원봉사활동 등을 하며 보고 느꼈던 것들을 글로 풀어냈다.
신경수 감독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4.16참사가족협의회는 공동 제작 주체로 참여했고, 가족 극단 '노란리본'으로 활동하는 유가족 어머니들이 마을주민 등으로 영화에 참여했다.
지난해 늦여름 1차 편집본을 처음 본 가족들은 영화를 보면서 조용히 흐느꼈다고 한다.
신 감독은 "지난 2일에 유가족 몇 분이 전주에 와서 영화를 함께 봤는데, '지난해엔 무얼 봤는지도 모를 만큼 정신이 없었는데 다시 보니 영화가 보이더라. 너무 잘 봤다, 고생했다'는 말을 했다"며 "이젠 가족분들이 영화를 받아들이실 준비가 조금 된 것 같았다"고 말했다.
영화의 맺음자막은 극을 이끌어갔던 배우들이 아닌 딸 경은(박서연 분)과 남학생1(이재학 분), 남학생2(한승혁 분)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간다.
신 감독은 "영화를 끌고 가는 주인공은 병호이지만 병호나 수현, 경은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며 "지난 10년을 영화가 다 담을 수 없겠지만 세월호라는 소재는 유가족과 활동가들, 진도 주민들, 자원봉사자들 그리고 시민들까지 모두가 이 사건의 관계자이기 때문에 모두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렇게 했다"고 말했다.
영화 '목화솜 피는 날'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영화 제목인 목화솜은 꽃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고 그 열매의 꼬투리가 터지면서 그려내는 솜털이다. 열매이지만 너무 고와서 두 번째 꽃이라고 불린다.
신 감독은 "굳이 세월호 참사가 아닐지라도 비극적인 사건들로 가족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며 "그들이 다시 피어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신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배급부터 흥행, 시사회 등까지 많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첫 영화다 보니 전주영화제 레드카펫을 설까 했는데, 포토월에 서서 환하게 웃는 게 과연 이 영화와 맞을까 하는 조심스러움이 들어 행사에 참여하질 않았다"며 "자기 검열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사회적 참사를 다룬 영화이다 보니 여러 가지가 조심스럽다"고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세월호 선체 내부를 촬영해 영화에 담았는데 인양을 위해서 여기저기 뚫어놓은 구멍을 메운 모습을 보면 유가족들의 마음이 누더기가 됐겠구나, 이게 가족분들의 마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며 "가능한 많은 분이 영화를 보셨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war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