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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삼식이 삼촌' 배우 서현우, 보이는 그대로의 뜨거움
来源:3377TV人气:264更新:2024-05-14 15:01:21
서현우가 묘사하는 엘리트 군인 정한민은 “액면가 그대로의 인간”이다. 군 개혁을 꿈꾸지만 처세를 모르는 다혈질의 인간인 그는 종종 자신을 궁지에 몰아넣는 일도 서슴지 않는다. “약간의 위트일 수도 있고 혹은 레이어일 수도 있는” 입체성을 부과하는 타고난 감각으로 카메라 안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온 이 배우에게 그래서 정한민은 어려운 도전이었다. 있는 그대로 화내고, 소리 지르고, 마음 안의 불씨를 태워 재가 되기까지 밀어붙 이는 시도였던 <삼식이 삼촌>은 배우 서현우에게 데뷔 이래 가장 긴 호흡으로 따라가야 했던 캐릭터였음은 물론, 자기 자신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도 선물했다.
- 16부작 드라마를 77회차 만에 찍었다. 누수 없이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현장이었으리라 짐작된다.
= 쟁쟁한 무림의 고수들 사이에 어쩌다 낀 것 같았다. 교차되는 짧은 신들이 많이 펼쳐지는 구성이기도 해서 분량이 적지 않은데, 감독님부터 송강호 선배님, 모든 베테랑 배우들이 정말이지 뚝딱뚝딱 프로들의 경합처럼 만들어 나갔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집중력을 온전히 털어 쓰지 않으면 안되는 현장에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는 대신 밀도가 높아서 어떤 신은 한신만 찍어도 진이 빠지기도 했다. 기분 좋은 긴장감에 의지해 개인적으로는 초심을 다시 돌아본 시간이었다.
- 송강호 배우와는 <관상>에 함께 출연한 적 있지만 대면해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관상>에서 내 단독 숏을 처음 찍는 날이었는데 연기가 끝나자 컷은 안 나오고 누군가가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스태프들도 의아해서 모니터쪽을 바라보니 송강호 선배님이 서서 박수를 치고 계셨다. 그러고 나선 나를 모니터로 불러 방금 찍은 장면을 같이 보자며 관심을 표현하시는 거다. 어깨동무를 하며 건네주셨던 질문도 기억난다. “뭐 하다 이제 왔어! 그동안 연극했어?” 그날 이후로 뭐랄까, 현장에서 나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웃음) 엄청난 일이었지. 최근에 선배님이 농담 삼아 “그때 네가 2~3년 안에 아주 잘될 줄 알았는데 한 10년 걸린 것 같다”고 하시더라!
- <삼식이 삼촌> 초반부에 진급 심사에서 떨어진 정한민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회식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장면에서 박두칠이 그의 역량을 눈여 겨보고 불러 세운다. 이 대면 장면이 낯설지 않았겠다.
= 정한민이 담배를 태우는데 옆으로 박두칠이 다가와 “가슴속에 뜨거운 용광로가 있으시네”라고 말한다. 나도 그 신이 정말로 재미있었다. 서로의 눈을 보면서 같이 연기를 하는 순간은 완전히 처음이었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선배님과 실제로 겪은 일들이 공교롭게 떠올랐고, 박두칠이 정한민에게 그런 것처럼 실제로도 송강호 선배님이 나의 어떤 점을 캐치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정한민은 김산(변요한)과 같은 올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의 엘리트 군인인데, 불같고 타협 없는 성정의 소유자라 비슷한 배경을 지닌 김산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 다혈질적인 남자인데 그 면모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반듯하게 세워진 이름 세 글자도 딱 그답다. 한민족의 한민 같기도 하고. <삼식이 삼촌>의 정한민을 연기하면서 새삼스레 성격이 팔자라는 생각을 했다. 같은 시대의 격동 속에 있더라도 결국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인생을 펼쳐간다. 엘리트 군인이자 뜨거운 원칙주의자인 한민도 자신의 성정으로 인해서 어떤 운명과 상황들을 맞이한다. 마음속에 불씨를 품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정한민과 인간 서현우의 결정적인 차이는 정한민이 자꾸 적을 만든다면 서현우는 제법 사회생활을 할 줄 안다는 거다.
- 보이는 그대로의 에너지가 강한 캐릭터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어땠나.
= 다른 의도를 숨기고서 연극하는 게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인 인물이길 바랐다. 조금이라도 음흉한 레이어가 느껴지면 이 인물이 가진 열정, 굳은 의지 같은 것이 변색되어 보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위트와 레이어를 살리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비극에도 위트를 섞는 식으로. 그런데 정한민은 대본에 표현된 것처럼 저돌적인 에너지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삼식이 삼촌>은 오히려 불필요한 입체성을 계속 해서 걷어내는 방식으로 임했다. 그 자신다운 원색이 중요한 인물에 충실했다고 할까. 이런 경험이 초반에는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 외면상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아까 언급한 정한민과 서현우의 숨겨둔 공통점인 마음의 불씨에 관해서 조금 더 듣고 싶다.
= 30대 중반에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 주변 배우들을 120명 정도 결집해 당시 홍대 근처에 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무작정 찾아간 적이 있다. (서현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편집자) 배우 1명당 프로필 10장씩 준비시킨 다음 아카데미 건물 앞에서 다같이 모아서 내가 그걸 들고 건물로 들어갔다. 예비 감독들의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한 사람당 1분씩 자기소개를 했다. 원장님이 인상 깊으셨는지 이후 정식으로 다과회를 열어주고 감독들과의 미팅도 주선해주셨다. 그 무렵 이지승 감독님 소개로 <죄 많은 소녀>의 김의석 감독도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엔 촬영장에서 어떤 후배가 다가와서 자기가 그때 있었던 120명 중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더라. 덕분에 단편 4~5개를 찍고 계속 일할 수 있었다고. 얼마나 뭉클하던지. 말하고 보니 나 선봉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네. (웃음)
- 그리고 지난해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설 교육 과정인 카파 액터스 선생님으로 초청받지 않았나.
= 그렇게 운명이 연결되어 감회가 남달랐다. 수위 아저씨가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막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 듣다보니 정한민에게까지 애정이 간다.
= 그렇다니까, 그 시대의 집단주의적 이상에 지나 치게 충실했던 짠한 인간이다.
- 16부작 드라마를 77회차 만에 찍었다. 누수 없이 효율적으로 굴러가는 현장이었으리라 짐작된다.
= 쟁쟁한 무림의 고수들 사이에 어쩌다 낀 것 같았다. 교차되는 짧은 신들이 많이 펼쳐지는 구성이기도 해서 분량이 적지 않은데, 감독님부터 송강호 선배님, 모든 베테랑 배우들이 정말이지 뚝딱뚝딱 프로들의 경합처럼 만들어 나갔다.. 구성원들이 각자의 집중력을 온전히 털어 쓰지 않으면 안되는 현장에 있는 건 정말 행운이다. 테이크를 많이 가지 않는 대신 밀도가 높아서 어떤 신은 한신만 찍어도 진이 빠지기도 했다. 기분 좋은 긴장감에 의지해 개인적으로는 초심을 다시 돌아본 시간이었다.
- 송강호 배우와는 <관상>에 함께 출연한 적 있지만 대면해 연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관상>에서 내 단독 숏을 처음 찍는 날이었는데 연기가 끝나자 컷은 안 나오고 누군가가 기립박수를 쳤다. 나도 스태프들도 의아해서 모니터쪽을 바라보니 송강호 선배님이 서서 박수를 치고 계셨다. 그러고 나선 나를 모니터로 불러 방금 찍은 장면을 같이 보자며 관심을 표현하시는 거다. 어깨동무를 하며 건네주셨던 질문도 기억난다. “뭐 하다 이제 왔어! 그동안 연극했어?” 그날 이후로 뭐랄까, 현장에서 나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경험을 했다. (웃음) 엄청난 일이었지. 최근에 선배님이 농담 삼아 “그때 네가 2~3년 안에 아주 잘될 줄 알았는데 한 10년 걸린 것 같다”고 하시더라!
- <삼식이 삼촌> 초반부에 진급 심사에서 떨어진 정한민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회식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장면에서 박두칠이 그의 역량을 눈여 겨보고 불러 세운다. 이 대면 장면이 낯설지 않았겠다.
= 정한민이 담배를 태우는데 옆으로 박두칠이 다가와 “가슴속에 뜨거운 용광로가 있으시네”라고 말한다. 나도 그 신이 정말로 재미있었다. 서로의 눈을 보면서 같이 연기를 하는 순간은 완전히 처음이었기 때문에 과거에 내가 선배님과 실제로 겪은 일들이 공교롭게 떠올랐고, 박두칠이 정한민에게 그런 것처럼 실제로도 송강호 선배님이 나의 어떤 점을 캐치해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정한민은 김산(변요한)과 같은 올브라이트 장학생 출신의 엘리트 군인인데, 불같고 타협 없는 성정의 소유자라 비슷한 배경을 지닌 김산과 다른 노선을 걷는다. 어떤 인물로 해석했나.
= 다혈질적인 남자인데 그 면모가 순수하게 받아들여지는 게 관건이라고 봤다. 반듯하게 세워진 이름 세 글자도 딱 그답다. 한민족의 한민 같기도 하고. <삼식이 삼촌>의 정한민을 연기하면서 새삼스레 성격이 팔자라는 생각을 했다. 같은 시대의 격동 속에 있더라도 결국 사람은 자기 성격대로 인생을 펼쳐간다. 엘리트 군인이자 뜨거운 원칙주의자인 한민도 자신의 성정으로 인해서 어떤 운명과 상황들을 맞이한다. 마음속에 불씨를 품고 있다는 점은 비슷하지만, 정한민과 인간 서현우의 결정적인 차이는 정한민이 자꾸 적을 만든다면 서현우는 제법 사회생활을 할 줄 안다는 거다.
- 보이는 그대로의 에너지가 강한 캐릭터다. 연기하는 배우 입장에선 어땠나.
= 다른 의도를 숨기고서 연극하는 게 아니라 보이는 그대로인 인물이길 바랐다. 조금이라도 음흉한 레이어가 느껴지면 이 인물이 가진 열정, 굳은 의지 같은 것이 변색되어 보일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위트와 레이어를 살리는 연기를 많이 해왔다. 진지하지만 유머러스하기도 하고, 비극에도 위트를 섞는 식으로. 그런데 정한민은 대본에 표현된 것처럼 저돌적인 에너지로 끝까지 밀고나가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삼식이 삼촌>은 오히려 불필요한 입체성을 계속 해서 걷어내는 방식으로 임했다. 그 자신다운 원색이 중요한 인물에 충실했다고 할까. 이런 경험이 초반에는 낯설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 외면상 많이 다르긴 하지만, 아까 언급한 정한민과 서현우의 숨겨둔 공통점인 마음의 불씨에 관해서 조금 더 듣고 싶다.
= 30대 중반에 영화가 너무 하고 싶어서 주변 배우들을 120명 정도 결집해 당시 홍대 근처에 있던 한국영화아카데미에 무작정 찾아간 적이 있다. (서현우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이다..-편집자) 배우 1명당 프로필 10장씩 준비시킨 다음 아카데미 건물 앞에서 다같이 모아서 내가 그걸 들고 건물로 들어갔다. 예비 감독들의 수업시간에 들어가서 한 사람당 1분씩 자기소개를 했다. 원장님이 인상 깊으셨는지 이후 정식으로 다과회를 열어주고 감독들과의 미팅도 주선해주셨다. 그 무렵 이지승 감독님 소개로 <죄 많은 소녀>의 김의석 감독도 만날 수 있었다. 얼마 전엔 촬영장에서 어떤 후배가 다가와서 자기가 그때 있었던 120명 중 한 사람이라고 소개하더라. 덕분에 단편 4~5개를 찍고 계속 일할 수 있었다고. 얼마나 뭉클하던지. 말하고 보니 나 선봉장을 좋아하는 사람이네. (웃음)
- 그리고 지난해에 한국영화아카데미 신설 교육 과정인 카파 액터스 선생님으로 초청받지 않았나.
= 그렇게 운명이 연결되어 감회가 남달랐다. 수위 아저씨가 여기 들어오면 안된다고 막을 때가 있었는데 말이다.
- 듣다보니 정한민에게까지 애정이 간다.
= 그렇다니까, 그 시대의 집단주의적 이상에 지나 치게 충실했던 짠한 인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