资讯分类
[연속기획 4] 부산영상위원회 아카이브 총서 <부산의 장면들> #1, ‘부산 ’, <리바운드> 장항준 감독 인터뷰
来源:3377TV人气:660更新:2024-11-08 17:30:02
부산이 간직한 소년들의 성장담
농구부 아이들이 동고동락하는 중앙고등학교 체육관부터 악전고투의 뜨거운 경기가 펼쳐지는 농구 경기장까지, <리바운드>는 실화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손끝을 살렸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일종의 전설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모든 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 장항준 감독을 만났다.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와 지역간 운동부 투자 규모 차이, 학연·지연 등 인맥 중심의 스포츠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품은 <리바운드>는 모난 지점 사이에서도 아이들의 열의와 우정에 집중한다. 부산영상위원회와 함께 발을 맞추며 <리바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그에게 제작 당시의 기억을 물었다.
- 부산에서 많은 영화가 제작됐다. 장항준 감독과 부산과의 인연이 있다면.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가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부산역에서 찍었다. 당시 마지막 에필로그를 촬영하기 위해 소방차가 6대가 왔다. 부산시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야기의 종착지를 부산으로 선택한 건 이동 시간이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부산이 경부선의 시작과 끝이라는 점도 좋았다. 더이상 갈 곳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가. 부산은 그런 메시지를 더할 수 있는 도시다.
- <리바운드>는 부산에서 35일간 촬영을 이어갔다. 한달 넘는 기간의 촬영을 앞두었을 때 무엇이 가장 염려됐나.
부산은 서울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다. 그래서 촬영장 주변의 건물이 10여년 전에도 있었는지, 지금 눈에 보이는 스타일의 간판이 있었는지 등을 세심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2020년대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일일이 지웠다. 중간중간 애매한 변화도 있었다. 해운대 뒤로 보이는 초고층 빌딩들이 당시 완공은 되었지만 아직 입주가 안된 상태였다. (웃음) 이런 것들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지점이 많았다. 영화의 주무대인 중앙고등학교도 지난 10년 동안 많이 바뀌었다. 현재는 학교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그 당시에는 산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기술의 힘을 빌렸다.
- <리바운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당시를 고증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지점이 더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현대화된 중앙고등학교 체육관 문을 당시 디자인의 문으로 교체한 건 유명한 일화다.
학교도 그동안 신식이 되었다. 그런데 <리바운드>와는 맞지 않았다. 모든 구역이 리모델링된 건 아니어서 부분만 개조하면 되었다. 그게 체육관 현관쪽이었다. 그래서 문을 다 뜯어내고 당시 모양대로 제작한 것을 맞췄다. 섭외 전부터 <리바운드>는 무조건 중앙고등학교에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설득할 마음으로 학교측에 연락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하게 받아들여주셨다. 또 교감 선생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지역사회에서 동문 선생님들도 계셔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준 분들도 많았다.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 양현 코치가 혼자 쓰던 코치실도 개조한 것인가. 안쪽에서 바깥이 보이는 투명 창이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그건 하나도 건들지 않았다. 원래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창고로 쓰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코치실로 쓰일 법한 공간처럼 보였다. 딱 보자마자 영화에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 실화 바탕의 영화를 연출할 때 감독으로서 본거지에서 촬영한다는 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
맞다. 흔치 않다. 실제 이야기의 아이들이 뛰었던 코트가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게 편안하고 친근하고. 실제 인물들이 자리했던 공간에 영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내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 옛 동부산대학교와 중앙고등학교는 교차 촬영했나.
공익근무요원인 양현이 먼지 쌓인 학교 창고를 뒤지던 첫 장면이 동부산대학교였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창고 이미지를 찾기 위해 여러 대학을 방문했다. 바라는 게 많았다. (웃음) 공간이 넓고 층고가 높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반지하이길 바랐다. 뭐랄까, 밖에서 빛은 들어오지만 안은 어두컴컴해서 마치 찬란한 과거가 오랫동안 묵혀 있는 듯한 느낌. 그런 걸 원했다.
- 공간 구현 중 가장 어려운 공간은 어디였나.
경기장이다. 영화 마지막에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경기 장면이 스틸로 나오기 때문에 10년 전 경기장 컨디션을 그대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또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모른다. 코트는 물론이고 플래카드 폰트 디자인도 그 시절 감성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어렵게 경기장의 허가를 얻어 바닥을 모두 바꿨다. 경기장 바닥이란 게 정말 예민한 사안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 위를 안전하게 래핑으로 씌운 뒤 그때 바닥재를 가져와 올렸다. 또 광고판까지 똑같이 만들어 집어넣었다. 예산 문제로 똑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낙후된 의자까지도 구해서 가져다놨다.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애썼다. 쉽지 않았다.
-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강한 작품이라 사투리를 신경 쓰는 것도 배우들의 큰 과제였겠다.
제작팀의 몇명 빼고는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었다. 나도 고향이 대구고. 그러다 보니 부산 특유의 어감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재원이 많았다. 물론 사투리 선생님을 고용해서 배우들이 열심히 배우기도 했다. 사실 <리바운드>는 부산의 언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 농구 플레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인 작품이다. 연기도 해야 하고 농구도 배워야 하고 사투리까지 신경 써야 해서 지금 돌이켜보면 균형점을 잘 이루지 못한 구간도 있는 것 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농구를 못하면 더 난리나지 않았을까? (웃음)
-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나.
현장에 가니 위원회쪽에서 직접 나와주셨다. 촬영을 위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서 정말 든든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조직이다. 그래서 부산으로 공간 헌팅을 갈 때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이런 장면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이런 건 지금 부산에는 없어요. 이런 건 울산이나 거제로 가면~” 하면서 조언을 해줬다. 부산 토박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들이 많고 모든 게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정보다. 또 골목골목을 들어가 장소를 구할 때에도 단순히 분위기나 정서만 봐주는 게 아니라 그 부근에 끌차나 사다리차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건을 함께 봐준다. 이런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니까 지역적 정보만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영상에 이 지역이 어떻게 찍히는지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을 건넨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리바운드>는 부산의 관광지를 조명하기보다 실제 시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규혁과 기범의 집도 그런 면을 잘 살렸는데.
기범이와 규혁이의 집은 모두 고지대에 자리한 곳을 찾았다. 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집이지만 지상의 자본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현실과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살고 있다. 하늘이 이상적인 곳이라면 지상은 현실적인 곳 아닌가. 그런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각각 집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찾았다. 개발되지 않은 공간들. 그런데 이런 공간을 실제로 찾아내면 어려운 점이 뭐냐면 실측 사이즈가 작아서 카메라와 촬영 장비가 들어갈 여력이 거의 안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러 옛날 집 중에 중문이 있는 공간을 찾았다. 문을 열면 약간의 자리가 확보되는 곳들.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
- 소품이나 플래카드 타이포, 액자 등 지나가는 소품도 섬세하게 신경 썼다.
나는 미술에서 생활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장센과 미감도 중요하지만 진짜 사람들이 머무는 곳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다. 골목도 우리가 일상에서 거니는 골목이길 바랐고. 집 앞에 놓인 연탄재도 그 집에 사람이 몇명이 사는지에 따라 개수를 달리하곤 했다. 이런 식이다. 그래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으니까.
- 중앙고등학교 농구부는 예상치 못하게 연승을 거듭하며 결승전까지 오른다. 경기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었나.
시나리오에 적힌 순서대로 진행했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말라가도록, 더 지쳐 보이도록 그랬다. 무엇보다 감정도 순서를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불신하고 의심하던 시기를 거쳐서 동고동락하다가 어느덧 서로에게 몸을 맡기는 그 지점까지 변화를 드러내고자 했다. 실제로 배우들도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먹고 농구하고, 먹고 농구하고. 이건 뭐 진짜 선수들 스케줄 아닌가. (웃음)
- 아이들이 전력질주하는 훈련 장면은 유독 청량한 풍경이 잘 보인다. 아이들의 청춘이 드러난다.
여름에 막 진입할 무렵에 찍었다. 울산에 있는 방파제 부근이었다. 파란 하늘을 강조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1년 중 하늘이 파란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 “무조건 포카리다. 이건 포카리여야만 해.” 이 말을 그렇게 반복했는데…. (웃음) 그래서 쨍한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더했다.
- <리바운드> 홍보 단계에서 배우들이 “중앙고!” “박스!”를 많이 외쳤다. 영화 속에서 중앙고 농구부 아이들이 외치는 구호다.
실제 중앙고에서 쓰는 말이라고 강양현 코치가 알려줬다. 여기서 박스는 ‘박스아웃’을 의미한다. 상대팀 선수들이 리바운드하기 어렵도록 여러 명이 미리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박스아웃을 제대로 할수록 리바운드의 기회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아름다운 구호다.
- <리바운드>는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떤 점이 이역만리 너머의 관객에게 명중했다고 생각하나.
이탈리아의 별명이 ‘유럽의 한국’ 아닌가. (웃음) 이탈리아가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다. 양현 코치가 교장 선생님 집에 찾아가 농구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있다. 작은 소란에 건너편에 사는 한 아저씨(박상면)가 문을 열고 “뭔지 모르지만 함 해주소!” 한다. 남의 집 일에 간섭하는 정서, 이웃과 연민이 관통하는 분위기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뭉치고 흩어지는 것의 의미를 잘 안다. 실제로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이 장면의 관객 반응이 무척 좋았다. 많이들 웃어주었다.
- 김진수, 박상면 등 한때 코미디를 담당했던 배우들의 반가운 등장이 눈에 띈다.
김진수씨는 본래 배우로 재능 있는 사람이라 교감 선생님 역을 꼭 맡아주길 바랐다. 처음 제안했을 때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고 고마워하더라. 만나서 분장을 해보는데 누가 봐도 교감 선생님이었다. (웃음) 엄격하기보다는 능청맞은데 의욕이 넘치는 교감 스타일이랄까. 그리고 박상면씨는 그가 갖고 있는 부산 사나이다움이 탐났다. 꼭 이 역할에 박상면 배우가 해주면 좋겠다는 강한 마음이 들어 섭외를 진행했다.
- <리바운드>는 단순히 어린 선수들의 협동이나 경기의 승패만 다루지 않고 당시 스포츠계에 만연한 고질적 문제도 보여준다. “부산에 남으면 나가리된다”라는 대사는 지역 격차에 따른 인재 부족 문제를 상징한다.
인재 부족과 누수는 취재 과정 중 지방에 위치한 농구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서울로 향한다. 맛집도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지 않나. 이런 현실 속에서 극한 경쟁을 다루려면 지역 편중과 엘리트 체육의 어두운 이면을 배제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고 이야기를 반겨하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 스포츠영화가 지닌 가장 큰 어려움과 강점은 무엇인가.
어려움은 단연 플레이가 아닐까. 이게 가장 중요하고 대역을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리바운드>는 거의 대역을 쓰지 않았다. 대역을 쓰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바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스포츠물은 승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강점을 지닌다. 승부가 보여주는 인간의 이면 또한 무척 매력적이다. 의지와 한계,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게 무너지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스포츠영화는 어떤 전형성을 탈피하기 어려우나 그 전형성 자체가 지닌 힘이 크다.
농구부 아이들이 동고동락하는 중앙고등학교 체육관부터 악전고투의 뜨거운 경기가 펼쳐지는 농구 경기장까지, <리바운드>는 실화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섬세하게 손끝을 살렸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일종의 전설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모든 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 장항준 감독을 만났다. 엘리트 스포츠의 폐해와 지역간 운동부 투자 규모 차이, 학연·지연 등 인맥 중심의 스포츠 사회 등 다양한 문제를 품은 <리바운드>는 모난 지점 사이에서도 아이들의 열의와 우정에 집중한다. 부산영상위원회와 함께 발을 맞추며 <리바운드>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그에게 제작 당시의 기억을 물었다.
- 부산에서 많은 영화가 제작됐다. 장항준 감독과 부산과의 인연이 있다면.
데뷔작 <라이터를 켜라>가 서울에서 부산 가는 기차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을 부산역에서 찍었다. 당시 마지막 에필로그를 촬영하기 위해 소방차가 6대가 왔다. 부산시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야기의 종착지를 부산으로 선택한 건 이동 시간이 가장 길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부산이 경부선의 시작과 끝이라는 점도 좋았다. 더이상 갈 곳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인가. 부산은 그런 메시지를 더할 수 있는 도시다.
- <리바운드>는 부산에서 35일간 촬영을 이어갔다. 한달 넘는 기간의 촬영을 앞두었을 때 무엇이 가장 염려됐나.
부산은 서울만큼이나 빠르게 발전한 도시 중 하나다. 그래서 촬영장 주변의 건물이 10여년 전에도 있었는지, 지금 눈에 보이는 스타일의 간판이 있었는지 등을 세심하게 확인하는 게 중요했다.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 2020년대 분위기가 강하게 나는 것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일일이 지웠다. 중간중간 애매한 변화도 있었다. 해운대 뒤로 보이는 초고층 빌딩들이 당시 완공은 되었지만 아직 입주가 안된 상태였다. (웃음) 이런 것들은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결정을 내려야 할 지점이 많았다. 영화의 주무대인 중앙고등학교도 지난 10년 동안 많이 바뀌었다. 현재는 학교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지만 그 당시에는 산이 있었다. 이러한 부분은 기술의 힘을 빌렸다.
- <리바운드>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당시를 고증하기 위해서 신경 써야 할 지점이 더 있었던 것 같다. 특히 현대화된 중앙고등학교 체육관 문을 당시 디자인의 문으로 교체한 건 유명한 일화다.
학교도 그동안 신식이 되었다. 그런데 <리바운드>와는 맞지 않았다. 모든 구역이 리모델링된 건 아니어서 부분만 개조하면 되었다. 그게 체육관 현관쪽이었다. 그래서 문을 다 뜯어내고 당시 모양대로 제작한 것을 맞췄다. 섭외 전부터 <리바운드>는 무조건 중앙고등학교에서 찍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설득할 마음으로 학교측에 연락을 했는데 감사하게도 흔쾌하게 받아들여주셨다. 또 교감 선생님 이하 많은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다. 지역사회에서 동문 선생님들도 계셔서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준 분들도 많았다.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 양현 코치가 혼자 쓰던 코치실도 개조한 것인가. 안쪽에서 바깥이 보이는 투명 창이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그건 하나도 건들지 않았다. 원래 있는 곳이었다. 우리가 갔을 때에는 창고로 쓰고 있었는데 예전에는 코치실로 쓰일 법한 공간처럼 보였다. 딱 보자마자 영화에 활용하기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 실화 바탕의 영화를 연출할 때 감독으로서 본거지에서 촬영한다는 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이런 경우가 흔치 않다.
맞다. 흔치 않다. 실제 이야기의 아이들이 뛰었던 코트가 그대로 있었다. 그래서 나도 기분이 묘했다. 이상하게 편안하고 친근하고. 실제 인물들이 자리했던 공간에 영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게 내게도 좋은 경험이었다.
- 옛 동부산대학교와 중앙고등학교는 교차 촬영했나.
공익근무요원인 양현이 먼지 쌓인 학교 창고를 뒤지던 첫 장면이 동부산대학교였다. 내가 처음 생각했던 창고 이미지를 찾기 위해 여러 대학을 방문했다. 바라는 게 많았다. (웃음) 공간이 넓고 층고가 높았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반지하이길 바랐다. 뭐랄까, 밖에서 빛은 들어오지만 안은 어두컴컴해서 마치 찬란한 과거가 오랫동안 묵혀 있는 듯한 느낌. 그런 걸 원했다.
- 공간 구현 중 가장 어려운 공간은 어디였나.
경기장이다. 영화 마지막에 당시 상황을 재현한 경기 장면이 스틸로 나오기 때문에 10년 전 경기장 컨디션을 그대로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이게 또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모른다. 코트는 물론이고 플래카드 폰트 디자인도 그 시절 감성과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어렵게 경기장의 허가를 얻어 바닥을 모두 바꿨다. 경기장 바닥이란 게 정말 예민한 사안이다.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그 위를 안전하게 래핑으로 씌운 뒤 그때 바닥재를 가져와 올렸다. 또 광고판까지 똑같이 만들어 집어넣었다. 예산 문제로 똑같이 할 수는 없었지만 낙후된 의자까지도 구해서 가져다놨다. 최대한 비슷한 느낌을 내려고 애썼다. 쉽지 않았다.
- 부산이라는 지역성이 강한 작품이라 사투리를 신경 쓰는 것도 배우들의 큰 과제였겠다.
제작팀의 몇명 빼고는 대부분이 부산 사람이었다. 나도 고향이 대구고. 그러다 보니 부산 특유의 어감을 구현하는 데 도움을 줄 재원이 많았다. 물론 사투리 선생님을 고용해서 배우들이 열심히 배우기도 했다. 사실 <리바운드>는 부산의 언어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보다 농구 플레이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한 과제인 작품이다. 연기도 해야 하고 농구도 배워야 하고 사투리까지 신경 써야 해서 지금 돌이켜보면 균형점을 잘 이루지 못한 구간도 있는 것 같다.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농구를 못하면 더 난리나지 않았을까? (웃음)
- 영화 촬영 기간 동안 부산영상위원회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나.
현장에 가니 위원회쪽에서 직접 나와주셨다. 촬영을 위해 필요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해서 정말 든든했다. 부산영상위원회는 전통적으로 영화에 대한 자부심이 큰 조직이다. 그래서 부산으로 공간 헌팅을 갈 때에도 많은 도움을 얻었다. “이런 장면은 어떻게 하면 찍을 수 있을까요?” 하고 물으면 “이런 건 지금 부산에는 없어요. 이런 건 울산이나 거제로 가면~” 하면서 조언을 해줬다. 부산 토박이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조언들이 많고 모든 게 그대로 살아 숨 쉬는 정보다. 또 골목골목을 들어가 장소를 구할 때에도 단순히 분위기나 정서만 봐주는 게 아니라 그 부근에 끌차나 사다리차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건을 함께 봐준다. 이런 게 정말 중요하다. 그러니까 지역적 정보만 잘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영상에 이 지역이 어떻게 찍히는지까지 다 알고 있기 때문에 해줄 수 있는 조언들을 건넨다. 그런 부분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 <리바운드>는 부산의 관광지를 조명하기보다 실제 시민들의 삶이 묻어나는 공간을 배경으로 했다는 평을 받았다. 규혁과 기범의 집도 그런 면을 잘 살렸는데.
기범이와 규혁이의 집은 모두 고지대에 자리한 곳을 찾았다. 그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담기 위해서다. 상당히 아이러니하다. 하늘과 가장 맞닿아 있는 집이지만 지상의 자본주의와 가장 거리가 먼, 현실과 가장 거리가 먼 곳에 살고 있다. 하늘이 이상적인 곳이라면 지상은 현실적인 곳 아닌가. 그런 차이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두 사람 모두 각각 집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찾았다. 개발되지 않은 공간들. 그런데 이런 공간을 실제로 찾아내면 어려운 점이 뭐냐면 실측 사이즈가 작아서 카메라와 촬영 장비가 들어갈 여력이 거의 안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부러 옛날 집 중에 중문이 있는 공간을 찾았다. 문을 열면 약간의 자리가 확보되는 곳들.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했다.
- 소품이나 플래카드 타이포, 액자 등 지나가는 소품도 섬세하게 신경 썼다.
나는 미술에서 생활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미장센과 미감도 중요하지만 진짜 사람들이 머무는 곳 같은 공간을 꾸리고 싶다. 골목도 우리가 일상에서 거니는 골목이길 바랐고. 집 앞에 놓인 연탄재도 그 집에 사람이 몇명이 사는지에 따라 개수를 달리하곤 했다. 이런 식이다. 그래야 관객을 설득할 수 있으니까.
- 중앙고등학교 농구부는 예상치 못하게 연승을 거듭하며 결승전까지 오른다. 경기는 어떤 순서로 진행되었나.
시나리오에 적힌 순서대로 진행했다. 일부러 그렇게 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아이들이 말라가도록, 더 지쳐 보이도록 그랬다. 무엇보다 감정도 순서를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서로를 불신하고 의심하던 시기를 거쳐서 동고동락하다가 어느덧 서로에게 몸을 맡기는 그 지점까지 변화를 드러내고자 했다. 실제로 배우들도 사이가 부쩍 가까워졌다. 먹고 농구하고, 먹고 농구하고. 이건 뭐 진짜 선수들 스케줄 아닌가. (웃음)
- 아이들이 전력질주하는 훈련 장면은 유독 청량한 풍경이 잘 보인다. 아이들의 청춘이 드러난다.
여름에 막 진입할 무렵에 찍었다. 울산에 있는 방파제 부근이었다. 파란 하늘을 강조하고 싶었는데 생각만큼 날씨가 따라주지 않았다. 1년 중 하늘이 파란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 “무조건 포카리다. 이건 포카리여야만 해.” 이 말을 그렇게 반복했는데…. (웃음) 그래서 쨍한 파란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컴퓨터그래픽을 더했다.
- <리바운드> 홍보 단계에서 배우들이 “중앙고!” “박스!”를 많이 외쳤다. 영화 속에서 중앙고 농구부 아이들이 외치는 구호다.
실제 중앙고에서 쓰는 말이라고 강양현 코치가 알려줬다. 여기서 박스는 ‘박스아웃’을 의미한다. 상대팀 선수들이 리바운드하기 어렵도록 여러 명이 미리 유리한 포지션을 잡는 것을 의미한다. 박스아웃을 제대로 할수록 리바운드의 기회를 가져올 가능성이 커진다. 아름다운 구호다.
- <리바운드>는 이탈리아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관객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어떤 점이 이역만리 너머의 관객에게 명중했다고 생각하나.
이탈리아의 별명이 ‘유럽의 한국’ 아닌가. (웃음) 이탈리아가 우리와 정서가 비슷하다. 양현 코치가 교장 선생님 집에 찾아가 농구부를 이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조르는 장면이 있다. 작은 소란에 건너편에 사는 한 아저씨(박상면)가 문을 열고 “뭔지 모르지만 함 해주소!” 한다. 남의 집 일에 간섭하는 정서, 이웃과 연민이 관통하는 분위기가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이해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뭉치고 흩어지는 것의 의미를 잘 안다. 실제로 우디네 극동영화제에서 이 장면의 관객 반응이 무척 좋았다. 많이들 웃어주었다.
- 김진수, 박상면 등 한때 코미디를 담당했던 배우들의 반가운 등장이 눈에 띈다.
김진수씨는 본래 배우로 재능 있는 사람이라 교감 선생님 역을 꼭 맡아주길 바랐다. 처음 제안했을 때 이 시간을 기다려왔다고 고마워하더라. 만나서 분장을 해보는데 누가 봐도 교감 선생님이었다. (웃음) 엄격하기보다는 능청맞은데 의욕이 넘치는 교감 스타일이랄까. 그리고 박상면씨는 그가 갖고 있는 부산 사나이다움이 탐났다. 꼭 이 역할에 박상면 배우가 해주면 좋겠다는 강한 마음이 들어 섭외를 진행했다.
- <리바운드>는 단순히 어린 선수들의 협동이나 경기의 승패만 다루지 않고 당시 스포츠계에 만연한 고질적 문제도 보여준다. “부산에 남으면 나가리된다”라는 대사는 지역 격차에 따른 인재 부족 문제를 상징한다.
인재 부족과 누수는 취재 과정 중 지방에 위치한 농구팀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한국 사회에서는 전반적으로 모든 것이 서울로 향한다. 맛집도 대부분 서울에 몰려 있지 않나. 이런 현실 속에서 극한 경쟁을 다루려면 지역 편중과 엘리트 체육의 어두운 이면을 배제할 수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고 이야기를 반겨하는 이유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꿋꿋이 준비하고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인 것 같다.
- 스포츠영화가 지닌 가장 큰 어려움과 강점은 무엇인가.
어려움은 단연 플레이가 아닐까. 이게 가장 중요하고 대역을 쓰는 것도 한계가 있다. <리바운드>는 거의 대역을 쓰지 않았다. 대역을 쓰면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바로 알아차린다. 하지만 스포츠물은 승부를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하게 하는 강점을 지닌다. 승부가 보여주는 인간의 이면 또한 무척 매력적이다. 의지와 한계, 자신이 지금까지 쌓아올린 게 무너지게 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 이런 것들이 우리 모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스포츠영화는 어떤 전형성을 탈피하기 어려우나 그 전형성 자체가 지닌 힘이 크다.